감화 이야기야, 정말 고마워!

    

<서명초등학교 1학년 1반 정관호의 어머니 김양순씨>
 
 
 

“선생님, 장학사님께서 오신다면서요. 제가 좀 만나 뵐 순 없을까요?”
“아니, 무슨 일로….”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아무튼 꼭 뵙게 해 주세요. 꼭요….”
지난 10월이었습니다. 학교평가(2008.10.20) 때문에 동래교육청 장학사님들께서 본교를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담임선생님께 어린아이 마냥 떼를 썼습니다. 그리고는 무작정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장학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담임선생님과 장학사님께서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셨지만, 제게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셨기에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거기엔 작은 사연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살지 않았습니다.
직업군인(해군)인 남편을 따라 남편의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서 8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친정식구와의 왕래도 뜸해지고 남편이 출항이라도 하고 나면 아이와 단 둘이서 그저 우리 편한 대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먼 곳으로 시집보낸 막내딸이 보고 싶으셨던지 어머니께서 저희 집으로 오셨습니다. 당뇨병을 앓고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마지막을 알기라도 하셨다는 듯, 막내딸과 외손자를 보기 위해 그 먼 곳까지 병든 몸을 이끌고 오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뿐, 어머니께서는 저희 집에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를 여읜 슬픔에 그동안 참아 왔던 타향살이의 설움이 한꺼번에 겹쳐 저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아이와 남편에게도 소홀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아이만 데리고 경남 칠북에 있는 오빠 집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오빠 집에서의 생활도 그리 편안하지는 못했습니다.
“양순아, 그러지 말고 부산으로 내려와 언니랑 함께 살자.”
“그래. 언니도 너무 울적해하고, 처제라도 옆에 있어 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
어머니를 여의고 슬픔에 빠져 있던 우리 자매를 위해 형부가 큰 결단을 내리셨지만, 두 가족이 한 집에 모여 함께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대답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언니와 함께라면 서로 의지하며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산으로 오게 되었으며, 아들도 서명초등학교로 전학했습니다.

‘감화이야기’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관호 어머니,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교육 제자리 찾기’란 학부모 연수가 있는데 한 번 받아 보시겠어요?”
‘감화이야기가 뭐지?’
선생님의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감화이야기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게 그저 어색하게만 느껴져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자녀교육에 있어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시는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교육 제자리 찾기’ 연수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이용태 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제 삶과 생활 모습을 되돌아보게도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기분에 따라 아이는 물론 주위 가족들에게도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었기에, 제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으며 아이 역시 화부터 내는 엄마를 통해 짜증과 고집부리기를 자연스럽게 배워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감화이야기’가 나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후, 우리 학교에서 1학년 특색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월 1회(매월 4주 금요일), ‘감화이야기 읽기를 통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라는 주제로 실시하는 학부모 연수에 빠짐없이 참여하게 되었으며, 매월 4주 토요휴업일은 언니 가족과 함께 ‘행복한 가족의 날’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감화이야기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 보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으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선생님이 내어주신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하였지만 ‘감화이야기 읽기’는 이처럼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주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해줌으로써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저도 아이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한번은 교재에 나오는 ‘조지 김의 담배 이야기’를 함께 읽고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당연히 피우면 안 돼요.”
아이는 조지 김(아들)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의 기분은 어떨까? 좋을까?”
“아니오.”
“그럼 너라면 어떻게 말할 거야?”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많이 피우면 안 돼요. 조금만 피우세요라고 하겠어요.”

아이와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으며, 이후 아이의 행동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큰아버지가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보면 담뱃불을 꺼버리겠다며 물을 부어버리는 행동을 하며 버릇없이 굴던 아이가
“큰아버지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조금만 피우세요.”
라며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아이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평소 대화가 부족했던 우리 가족에게도 너무나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언니네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불편하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서로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고 또 서로가 얼마나 아끼며 사랑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말을 듣기보다는 항상 내 입장과 내 말만 옳다고 생각했던 제가 가족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였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각종 학부모 연수회에 자청해서 참가하게 되었으며, 부산지역사회교육협희 예절교육 지도자과정까지 수료했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부모 연수를 통해 만들어 봤던 책 만들기를 엄마와 함께하고 난 후부터는 집에만 오면 컴퓨터와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 있던 아이가 오락을 멀리하며 책 만들기에 열중하게 되었으며 사촌형에게도 책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사이좋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놀이 위주의 휴일 문화도 서점이나 서동도서관을 찾아 필요한 책을 사거나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학습 위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태백에 계시는 할머니 댁에 가더라도 주변의 석탄박물관을 찾았으며 고추 따기, 감자 캐기, 소 먹이주기 등 가족과 함께하는 농촌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멀리 동해에 떨어져 살던 아빠도 부산으로 오셔서 온 가족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 아이도 마음의 안정도 찾고 너무 즐거워합니다.
또 서로 아들 하나를 둔 언니 가족과 비록 사촌이긴 하지만 친형제처럼 아들들을 잘 키우고 어머니 여읜 슬픔도 이겨보자는 의도에서 함께 살기로 한 것인데, ‘감화이야기 읽기를 통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서로를 배려할 줄 알며, 무엇이든 나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법을 배웠 나갔습니다.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소리부터 지르던 엄마는 아이를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기다려줄 줄도 아는 엄마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감화이야기 읽기를 통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은 이렇게 우리 가족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였고, 가족의 행복을 되찾아주었으며, 앞으로도 더 큰 사랑과 행복이 우리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되찾아준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교육 제자리 찾기’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동래교육청 관계자 여러분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이런 좋은 기회가 계속될 수 있도록 ‘감화이야기 읽기’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늘도 감화이야기 교재를 펼쳐 들면, 아이 얼굴엔 행복한 웃음꽃이 가득 피어납니다.
“감화이야기야,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