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한테 전화할래?” “안 돼. 아빠 지금 운전 중이라서 전화받기 힘들어. 하지 마.” “….” 아빠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졸라대던 딸아이가 웬일로 조용하다 싶어 돌아보았더니 아이는 그새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문자가 오고 가고, 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한 후에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수진아, 아빠가 그렇게 좋아?” “응, 엄마. 난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제일 좋아.” 운전을 하시는 아빠의 직업 때문에 저녁 시간을 딸아이와 함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아빠 역시, 딸이라면 끔뻑 넘어간다. 엄마인 내가 옆에서 봐도 질투가 날 정도이다. ‘수진이가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필요한 건 엄마인 내가 다 해 주는데 말이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18일, 동래교육청에서 실시한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교육 제자리 찾기’ 학부모 연수회에서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늘 풀지 못한 수수께끼 마냥 숙제로 남아 있던 문제의 해답은 의외로 무척 간단했다.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의를 하신 이용태 박사님께서는 ‘문제아가 발생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가족 간의 대화의 단절’에 있다고 하시면서 가정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가족 간의 대화의 기법을 익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아빠!” “왜?” “아빠!” “응!” 그러고 보니, 평소 아빠는 아이가 아빠를 부를 때마다 언제나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듣고 대답을 해 주셨다. 그것이 바로 아이가 아빠를 끔찍하게도 좋아하는 이유였던 모양이다.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딸아이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아빠처럼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 “얘, 엄마 얘기는 그게 아니잖아….” “싫어. 엄마랑은 이야기 안 해.” 목소리가 점점 커지던 딸아이와 나는 결국 다투고야 말았다. ‘아, 이게 아닌데….’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부터 시작은 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도 실패로 끝나고야 말았다. 아빠는 쉽게 되는 일이 왜 나에게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이었다. “어제 연수는 잘 받으셨습니까?” “네, 선생님. 어제 연수받고 저도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보았어요. 그런데 결국은 큰소리가 나고 말았어요.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요? 시도를 해 보셨다니 정말 잘하셨어요. 다음 주 금요일, 학교에 오세요. 그러면 더 좋은 해결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분명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자꾸만 어긋나는 일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서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 일주일 후, 우리 학교에서는 ‘감화이야기 읽기를 통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라는 주제로 학부모 연수회가 개최되었는데, 그 내용은 ‘가정교육의 필요성’과‘감화이야기 읽기’를 쉽게 실천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설명과 아울러 우리들이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직접 해 보는 과정도 거쳤다. “오늘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감화이야기를 읽고 생각 나누기를 하실 때에 미리 결론을 내리거나 아이들의 답을 예상하지는 마세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다를 때에는 부모님의 경험과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덧붙여 주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그래, 난 늘 아이에게서 듣고 싶었던 답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 놓고 그 답이 나오지 않으면 아이를 다그쳤던 거야.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지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이제 더 이상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고는 ‘이번만은 꼭 성공하리라’는 생각으로 또 실천해 보았다. ‘아이와 함께 실천하고, 또 실패하고, 그 다음 달 학부모 연수를 통해 반성하고, 또 실천하고 실패하고 반성하고…’. 물론 지금도 완벽한 성공을 이루어 내지 못한 채,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제는 아이도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서로 자기 생각만 먼저 이야기하려던 태도에서 “엄마, 내 생각은 충렬사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을 했구나. 그런데 엄마 생각엔 복천박물관에 가면 더 많은 자료가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상대방의 생각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작은 배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참여하게 된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교육 제자리 찾기’ 학부모 연수가 이렇게 많은 변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감화이야기 읽기를 통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 연수에 매월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연수회가 있으면 꼭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리기까지 한다. ‘수염이 석자라도 배워야 산다’는 속담이 아니더라도 자녀를 올곧게 키우며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려면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집에서는 더 이상의 고함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행복한 집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