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게 할 이야기 - "아이들이 '쌔엠~' 하고 부를 때 내가 웃는 까닭은…’

(구민정 선생님의 교사일지)

내지금은 교실에 30여 명의 학생이 있다.

처음에 교단에 섰을 때 40명대 후반이었거나 50명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많은 학생과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학생을 번호로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부르자고 마음을 먹었다.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불러달라는 무언의 요구를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는 선생님께 함부로 하는 학생은 드물다.

게다가 이름에 얽힌 의미까지 부여해주면 그 학생은 특별한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이름으로 불러주거나 심지어 재미난 별명을 지어 불러주면 친근감이 배가된다.

 

아이들은 재미나게 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재치있는 별명을 부르며 유쾌하게 소통하는 교실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웃음이 가득한 교실은 행복하다.

 

모둠을 만들어 공부할 때는 그 역할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다.

이름은 그 역할의 개념이며 역할 행동을 규정한다.

 

소위 '짱' 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으로 더 많이 쓰이는 그 이름은 이렇게 변형시키면 아주 다른 느낌을 준다.

 

'대본짱','연기짱' 연극을 활용한 수업을 하면서 모둠의 구성원들을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불러주면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행동을 부여받는다.

그 이름은 그 학생의 새로운 규정이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남학생들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선생님을 위해 완전 충성을 바친다.

 

게다가 가끔은 기사서임식도 한다.

사회시간이라 세계사의 중세시대를 배울 때 한 번씩 연극적 기법을 활용하여 기사서임식을 하곤 했던거다.

봉토의 의미로 사탕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앙증맞은 상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기사로 봉하고 작위를 수여하면 그 학생은 거의 최고의 자존감을 얻게 된다.

요즘 들어 학생들에게 부름 받고 싶은 사람은 선생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은 요즘 '쌤'으로 불린다. 이 호칭이 달갑고 정겹게 느껴진다면

연식이 오래되었어도 마음만은 젊은 쌤이다. 쌔엠~' 학생들이 뭔가 응석조로 부르면 웃어줘야 한다.

 

학생에게는 '왜?' 라고 반문하면 안 된다.

무조건 '응? 뭐가 필요한데?'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줘야 한다.

 

학생들은 웃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웃음은 마음을 열게 하는 첫 단추다.

이름을 불러주는 선생님이 나는 좋다.

늘 웃어주는 선생님이 좋다.

'왜?' 가 아니라 '응'이라고 대답해주는 선생님이 '쌤'이다.

 

우리 선생님들의 이름 '쌤'...나는 학생들에게 그런 '쌤' 으로 불리고 싶다.

 세상 길 어려울 때 길을 묻고 편하게 손잡고 함께 가줄 수 있는 '쌤'으로.

두려움보다는 친근감으로 다가가는 지혜의 동반자 같은 쌤.

 

세상 어디에선가 자기 몫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제자들에게

이름까지 기억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련한 기억 속에서 내게는 이러한 선생님이 계셨노라고,

어려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 힘을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구민정 선생님의 따끈따끈 교사일지] (노컷뉴스, 2012.6.25 – 부분 발췌)

학생들이 ‘쌔앰~’하고 부르면 웃어주고 ‘응~ 뭐가 필요한데’하고 대답하며, 학생들이 어려울 때 길을 묻고 친근감으로 다가설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속의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격의 없이 받아주고, 인정해주며 관심을 갖고 어려운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자신에 대한 건강한 자신감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감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이달에 가족회의를 하는 순서는 [바른 인성교육 실천방법]을 참고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