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손님으로 북적대던 식당이 조용해진 시간, 한 국밥 식당의 문이 벌름히 열리며 할머니 한 분이 어린 손자를 데리고 들어선다.)
“국밥 한 그릇만 주시오.”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놓였습니다. “할매, 진짜로 점심 먹었어?” “그려, 어여 먹어.” 가게주인은 소년이 국밥 한 그릇을 다 먹는 동안에도 깍두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돈을 내미는 할머니에게 주인이 말했습니다. “할머니 오늘 운이 참 좋으시네요! 할머니가 우리가게 백 번째 손님이시네요!” 그렇게 말하며 주인은 할머니에게 국밥 값을 받지 않고 돌려주었습니다.
며칠 뒤. 무심코 창 밖을 보던 주인은 소년이 국밥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헤아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년은 손님이 한 명 들어갈 때마다 동그라미 안에 돌을 한 개씩 넣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단골손님들과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점심들 하셨나? 국밥 한 그릇 먹으러 오지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셈이 빨라졌습니다. 아흔, 아흔 하나, 아흔 둘, … 돌멩이가 점점 늘어나, 아흔 아홉 개가 되자 식당 문이 열리며, 소년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들어왔습니다. “아저씨, 우리 100번째로 온 것 맞죠?” 주인은 말없이 소년에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매, 이번엔 내가 사드리는 거야.”
“저 아이도 한 그릇 줄까요?” 이를 보던 주인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하고 아저씨는 아주머니 쪽으로 손을 내저었습니다. “지금 저 애는 먹지 않고, 배부른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 “좀 남겨주랴?” 국밥을 먹던 할머니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난 배불러. 이거 봐” 아이는 손으로 배를 만지며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국밥 집 앞 전선 위에는 참새 두 마리가 앉아 가게를 내려다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