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버지>
시골에서 늙은 아버지가 햅쌀 한 가마니를 가지고 서울에 사는 아들 형준을 찾아왔다. 이튿날 그 쌀로 밥을 지었다.
“햅쌀이라 참 맛이 좋습니다.”
형준이 말했다.
얼마 뒤에 아버지가 또 쌀 한 가마니를 가지고 왔다. 형준의 아내가 형준에게 말했다.
“아버님께 쌀 갖고 오시지 말라고 여쭈어요. 여비와 운임이면 여기서 그만큼 살 수 있어요. 가마니를 갖고 오시면 보관하기도 불편하고요.”
형준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무거운데 쌀은 뭐 하러 갖고 오세요. 이젠 그만하세요.”
얼마 뒤에 아버지는 다시 쌀 한 가마니를 갖고 왔다. 아내가 짜증을 냈다. 형준은 아버지를 문 밖으로 모시고 나와서 말했다.
“아버지. 또 쌀을 갖고 오셨네요. 정말 그러지 마세요. 쌓여서 처분이 곤란하다고 어미도 불편해 해요.”
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옆집에 사는 민웅이 알지? 그 사람이 장사하러 서울에 자주 다니는데, 번번이 나보고 서울 구경을 가자고 했어. 그렇잖아도 네가 보고 싶은데 구실이 있어야지. 그래서 쌀이라도 내가 대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란다. 다음엔 민웅이가 가자고 해도 이제 서울 구경은 다 했다고 하고 거절할게.”
이 말을 듣고 형준이는 가슴이 메었다.
“그렇구나. 내가 너무 불효했구나. 아버지에게 너무 무심했어.”
이 말을 들은 아내도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우리는 부모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어요. 이제부터는 자주 부모님 모시고 와서 시간을 내서 서울 구경을 시켜드립시다.”
 | 부모에게 용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효도가 아니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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