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이야기 1 - 입시

영옥은 고3이 된 다음부터는 수능시험 때문에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몇 차례 보았는데 좀처럼 성적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러다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재수를 해야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영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순희가 불러서 갔더니

순희 : 수능 만점 맞게 해주면 넌 내게 뭘 해줄 수 있니?
영옥 : 얘, 너 지금 꽤나 심심한 모양이구나? 아이스크림이나 사 줄까?
순희 : 이건 농담이 아니야. 시험장에 핸드폰을 갖고 들어가면 정답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 준다는 거야.
영옥 : 얘,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잖아? 나중에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순희 : 절대로 말이 새어나가지 않을 친구들하고만 이야기하라고해서 너에게 특별히
알려주는 거다. 재수할 생각을 해봐. 끔찍하잖아? 신문 보라구.
세상 사람들 다 적당적당 히 살아가고 있잖아? 지금 세상은 곧이곧대로
사는 사람이 바보야. 알아?

영옥은 이 일을 엄마와 상의했다.
엄마는 많은 돈이 필요하니 아버지와 상의하자고 했다.

아버지 : 영옥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단다.
그때 우리의 판단 기준은 ‘당장 이익이냐, 손해냐’가 아니고 ‘옳으냐, 그르냐’ 여야 한다.
이 일은 돈이 많고 적게 드는 것에 관계없이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엄마 : 당신의 개똥철학이 또 나오는구려. 당신이 그렇게 양심적으로 살아서 우리가 덕본 게
뭐예요. 우리도 남들처럼 적당히 살았으면 형편이 요 모양은 안 됐을 것 아니에요.
다른 아이들 다 하는데 안하면 우리만 손해지 뭐요.
아버지 : 여보,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가장 큰 유산은 반듯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영옥아, 이번 일은 잊어버려라. 자기 노력으로 성적을 받도록 해라.
네가 크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게다.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핸드폰을 이용한 수능부정사건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순희는 수능이 무효로 처리돼서 대학에 못 가게 되었고,
영옥은 자기 힘으로 떳떳하게 대학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