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경상도 상주에 사는 선비들은 '향병소'를 세우고 의병을 길러냈다. '달내' 마을에 살던 이전, 이준 형제도 향병소에 참가했다.
전쟁이 일어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왜군이 향병소에 들이닥쳤다. 적의 습격에 모두 몸을 피했지만 이준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배탈과 설사병이 난 탓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준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형에게 말했다.
"저는 병이 위독하니 죽은 목숨과 같습니다. 형님은 어서 피해 목숨을 지키세요." "너를 두고 나 혼자 어디를 가란 말이냐? 살아도 너와 함께 살고 죽어도 너와 함께 죽을 것이다." "저 때문에 형님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둘 다 적의 손에 죽는다면 가문은 어찌 되겠습니까?" "내게는 동생이 가문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 등에 업혀서라도 함께 가자."
형은 동생의 손을 잡고 울면서 말했고 동생은 마지못해 형의 등에 업혔다. 그러나 다 큰 동생을 업은 걸음이 빠를 리 없었다. 왜군은 형제의 뒤를 바짝 쫓아왔고 형은 동생을 내려놓고 화살을 쏘며 피신했다. 형제는 간신히산꼭대기에 올라 목숨을 구했다.
전쟁이 끝나고 동생 이준이 벼슬을 얻어 명나라 사신이 되었다. 이준은 명나라의 실력 있는 화공을 찾아가서 그 때 일을 들려주며 그림을 그려 달라고 청했다. 화공은 형제의 사연을 네 장면으로 그려 주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준은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적었고 여러 사람에게 감상의 글을 받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형제급난도(형제가 난을 피하는 그림)'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책은 지금 상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형제, 자매, 남매 사이의 우애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형제나 자매를 경쟁 구도에 몰아넣지 말고 서로 돕고 이해하는 관계로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언니니까 양보해야 해.' '동생이 어디 감히 형한테.' 하는 말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때로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툴 때는 이유를 잘 살펴서 공평하게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자녀와 함께] 형제나 자매에게 서운할 때는 언제인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