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읽을 이야기 – 공감의 대화법
하품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바이러스도 아닌 하품이 전염된다는 말은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하품하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래서 하품 전염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사이일수록 잘 일어난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마음이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슬픈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의 상황을 보고 우는 것, 친구가 뛰다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면 아픈 표정을 짓게 되는 것도 모두 '공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는 책을 통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를 밝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공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감정으로 느끼는 공감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공감은 대화 기술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공감해 주는 대화는 심리적 거리를 좁혀준다.
마음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편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공감에는 그런 큰 힘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공감 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소영이가 쉬는 시간에 씩씩거리며 친구 혜지를 찾아왔다.
소영이는 기분이 매우 나빠 보였다.
소영 : 새롬이는 도대체 왜 그 모양이니?
혜지 : 무슨 일 있었어?
소영 : 복도에서 살짝 부딪쳤는데 눈을 흘기면서 막 소리를 지르잖아.
별것도 아닌 걸 갖고.
혜지 : 네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새롬이 입장이 돼 봐.
갑자기 부딪치면 당황스럽잖아.
소영 : 그래도 그렇지.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망신을 줄 건 뭐야?
혜지 : 많이 아팠나보지.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
소영 : 어휴, 넌 누구 편이니?
혜지 : 편은 무슨 편이야? 객관적인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소영 : 됐다, 됐어!
소영이는 불쾌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는데 혜지는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라는 충고만 하고 있다.
물론 혜지의 말 가운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친구를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충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혜지의 방법은 지혜롭지 못했다.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소영 : 복도에서 살짝 부딪쳤는데 눈을 흘기면서 막 소리를 지르잖아.
별것도 아닌 걸 갖고.
혜지 : 어머, 네가 많이 놀랐겠구나. 다치지는 않았어?
소영 : 살짝 부딪쳤는데 다치기는 뭘. 아! 그런데도 새롬이는 난리를 피운다.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혜지 : 네 기분이 무척 안 좋았겠다. 그런데 새롬이도 무슨 나쁜 일이 있었나?
그러니까 별 일도 아닌 걸로 화를 내지. 소영이 네가 이해하고 넘어가.
기분을 알아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친구 때문에 소영이의 화는 스르르 풀렸을 것이다.
그 뿐일까, 친구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또 거짓말!', '네 말을 어떻게 믿어?' 와 같이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에게 공감할 뜻이 전혀 없다는 말투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거나 친구와 다투고 기분이 나빠서 투덜거릴 때
'네가 잘못했으니까 선생님이 그러시지. 넌 도대체 왜 그 모양이니?'라던가
'친구들이랑 싸움이나 하고 잘하는 짓이다. 그러다 왕따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와 같은 말을 한다면 자녀는 입을 꾹 닫고 말 것이다.
상처 난 마음에 더 큰 상처가 생겼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남의 기분을 잘 헤아리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아파할 줄 알기 때문에 훌륭한 인격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낯설고 서먹했던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섣부르게 충고하거나 질책하는 대화보다 마음을 헤아리고 용기와 위로를 주는 공감의 대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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